
게임 소개
Voice of Cards 시리즈는 ‘NieR’ ‘드래곤 온 드라군’ 시리즈와 ‘시노앨리스’ 등에서 특유의 잔혹한 세계관과 스토리로 유명세를 떨친 요코 타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작품이다. 3개의 작품이 있고 본작은 ‘Voice of Cards 드래곤의 섬’에 이은 2번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무슨 직책이냐고? 사실 나도 잘 몰라.
TRPG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으로, 맵의 타일, 캐릭터, 아이템 등 거의 모든 요소가 카드로 이루어져 있고, 전투에는 주사위가 개입한다. 스토리의 모든 상황을 한 명의 성우가 읊어주고, 때로는 혀가 꼬이기도 하며 전투 중 크리가 뜨면 칭찬도 해 주기 때문에 더욱 몰입도가 올라간다.
약 2년 반쯤 전에 1편을 스위치로 플레이하고 나름 만족했고, 3편의 평가도 괜찮은 것 같은데… 2편만 스팀 평가가 ‘복합적’이라 약간 궁금해서 해보기로 했다. 아무리 작품마다 스토리가 별개라고는 하지만 1편과 3편만 하는 것도 뭔가 찜찜하기도 하다.
예전에 작성한 1편 리뷰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정식 한국어판이 없어 게임 제목 번역은 나무위키를 차용했다. 원제는 Voice of Cards できそこないの巫女 / Voice of Cards: The Forsaken Maiden 이다.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피해서 작성했다.
요소별 평가
전투와 육성
전작과 크게 다를 것 없고, 합체기 비슷한 것이 생겼다. 체감상 전작보다 난이도가 꽤 높다.
다만 4인 파티 중 남주와 여주를 제외한 둘은 게스트 캐릭터 취급이라 스킬과 장비 구성이 고정되어 있고, 그 둘이 스토리상 사정으로 빠지게 되면 그동안 인형인 ‘락’이 대신 가입한다. 파티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꼬운데, 심지어 매우 약하기까지 해서 정말 짜증나는 부분이었다.
전작에서도 인카운터 확률이 높아 꽤 거슬렸는데, 이번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더 심해졌다. 맵은 더 넓어진 것 같은데 무슨 3~5걸음만 걸어도 적이 나온다. 어차피 ‘에너미’ 카드의 뒷면을 읽으려면 해당 적을 여러 번 잡아야 하니 도감작 비슷한 걸로 생각하고, 도주 실패 패널티도 심하지 않으니 적극적으로 도주하면 좀 할 만할지도… 모른다.
스토리 & 텍스트

리자드맨 (뒷면)
최근 연구에서 ‘수컷은 전투, 암컷은 새끼 돌보기’ 라는 생태가 암수로 역할을 결정짓지 않는 시류에 맞춰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전작과 같이 캐릭터나 에너미 카드의 ‘뒷면’ 읽는 재미는 쏠쏠하다. 이 게임이 갖가지 답답한 점이 있어도 어쨌든 계속 붙잡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다만 전작에 있었던 풍자의 비중이 다소 줄고, 분위기가 진중해졌다.
메인 스토리는 크게 두 축으로 나눌 수 있다.
- 4개의 섬을 돌아다니며 각각의 무녀에게 그릇을 달라고 하기
색깔이 확실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각각의 고충이 잘 드러나 좋았다. 다만 이런 스토리는 4개 중 4개가 다 똑같거나 다 말아먹지 않는 한 나쁜 평가가 나오긴 쉽지 않다. - 여주의 마음의 상처 치료하기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후반으로 넘어가며 갈등을 너무 갑자기 해소한다. 상세는 굳이 적지 않겠지만, ‘아쉬운’ 수준을 넘어 실망스럽고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도 엔딩은 생각보다 멀쩡하긴 한데, 그래서 이게 다 누구 때문인가 게임 끄고 천천히 생각하면 좀 열받는다. 아직 히든 보스 안 잡긴 했는데 잡아도 스토리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비주얼 & 음악
음악은 1편보다 이쪽이 더 취향이다. 캐릭터들 비주얼은 전작에서 돌려쓴게 좀 아쉽다.
총평
전작을 하고 2년 반 뒤에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나쁜 게임은 아니었다. 플레이하다가 졸아도 문제 없도록 잠자리에 누워서 했지만, 정작 한번도 그런 일 없었다는 것은 내가 꽤 몰입해서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만 본작이 나온 것이 1편 발매 후 불과 4개월 후였다는 점, 1편에서 지적받은 답답한 템포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점, 스토리에 큰 구멍이 있던 점이 합쳐져 ‘복합적’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굳이 1편을 거르고 이걸 먼저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1편은 무료 체험판도 있다. 아니면 채-신작인 3편만 한다거나? 흠…
아무튼 3편도 조만간 플레이할 예정이다. 3편은 게임 마스터가 여자라고 하니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여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