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아침 필자가 향하는 곳은 입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거대 로봇들의 이야기에 우리말의 숨결을 불어넣는 번역실로, 오른쪽은 각양각색의 프라모델을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사업부로 이어진다. 현지화의 고뇌와 수십 년 된 IP를 요즘 세대에게 어떻게 전할지의 고민이 매일 교차하는 곳이다. 필자는 그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나, 그곳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필자는 감히 ‘그 애니는 할아버지들이나 보는 피규어 발사대’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종합 게임 스트리머’를 표방하는 한 인터넷 방송인이 서브컬처 작품들에 원색적인 비난을 마구잡이로 퍼부은 점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명작들을 향해 ‘나한텐 안 맞는 작품’을 넘어 ‘수준 낮은 작품’이라는 딱지를 붙였고, 그가 정식으로 광고한 게임들의 영상마저 ‘똥겜’이라는 이름의 재생목록 중 하나로 전락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감상평을 넘어 ‘객관안(客觀眼)’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공간을 떠돌았다.
▼그가 ‘똥겜’이라는 ‘살생부’에 적은 어느 게임 속에서 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풋풋한 청춘을 즐기고,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동전이나 줍는 게임’이라 폄하된 모험은 늘 새로움을 제공하며, 어렸을 때의 추억으로 남지 않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소위 ‘찐따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하이랄의 땅, 하늘, 그리고 땅밑에서는, 길을 잃는 것마저 모험이 되는 자유로움에 몇날 며칠을 흠뻑 빠져 지냈다.
▼놀라운 점은 그가 팬덤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가라는 사실이다. 그가 뿌리내린 ‘서브컬처’라는 토양은 흔히 ‘취존’이라고 부르는,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최소한의 ‘RESPECT’로 자라난다. 온갖 작품을 깎아내리는 것이 자신의 개성이라 항변할지 모르나, 그럼 정작 무엇을 좋아하는지 열변하지 않는 것은 어딘가 공허하다.
▼수많은 개발자의 철학과 노고가 담긴 세계를, 수천만 명의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소중한 추억을, 그렇게 쉽게 내칠 수 있다면 대체 어떤 즐거움이 남는단 말인가. 비판은 쉽고 조롱은 더 쉽다. 그러나 무언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어렵고 귀하다.
▼이것도 쓰레기고 저것도 재미없다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절대자의 권위도, 날카로운 지성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남는 것은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게 된 자신의 텅 빈 내면뿐이 아닐는지. 쏟아내는 비난의 말들 속에서 우리가 정작 그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 하나일지 모른다. 당신은, 대체 무엇을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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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AI가 만족스럽게 내 글쓰기를 보조해준다는 느낌. 인풋만 잘 넣으면 초안을 정말 잘 써준다.

근데 고민하는 시간은 별로 안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