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라고?!

개요
듀얼오리와 그림 AI를 위해 인텔 아크 B580을 사서 달았다. 제 성능을 내기 위해 메인보드도 바꿨다.
읽기 전에 아래 내용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오리: 프레임 보간 소프트웨어 Lossless Scaling을 뜻한다.
- 듀얼오리: 본체에 그래픽카드를 2개 달고, 비교적 성능이 낮은 그래픽카드에 프레임 보간을 전담시켜 프레임/레이턴시 측면에서 이득을 얻는 테크닉이다. 설정이 필요하고, 메인보드, 파워, 케이스가 조건을 충족해야 하니 자세한 건 따로 검색 ㄱㄱ
- PCIe 버전과 레인에 관한 내용. 보통 글카를 하나만 꽂는다면 4.0×16으로 돌아갈 것이다. 둘 꽂는 경우 두 번째 그래픽카드 대역폭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메인보드에 따라 다르다.
- 4K에서 프레임 보간으로 120프레임을 달성하려면 2번째 글카가 최소 4.0×4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사게 된 과정
그래픽카드 선정
B580 이외의 글카도 물론 생각했다.
1. RX 6500~6650 정도의 적당한 라데온 글카
사실 듀얼오리만 돌릴 거면 이거만 해도 충분하긴 할 것인데, 문제는 AI다. 예전에도 원래 있던 라데온 6950XT로 그림 AI를 때때로 돌리긴 했는데…
- 엔비디아의 CUDA에 해당하는 AMD의 ROCm은 윈도우를 지원하지 않아, 리눅스 듀얼부팅이 강제된다. WSL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지만 WSL ROCm은 7천번대부터 지원한다.
- 그런 주제에 느리다! SDXL 1024*1024 그림 한 장 뽑는데 이것저것 몸 비틀어서 줄인 게 20스텝 20초다. 아마 3060 12GB랑 비슷한 속도인 걸로 아는데, 6950XT는 풀로드시 330와트를 쳐먹는다. 당연히 발열도 엄청나다. 핫스팟 온도가 105도는 그냥 찍는다. 110도까지 동작 범위라고는 하지만 매우 뜨거운 것은 사실이다.
- 그럼에도 어떻게든 썼던 이유는 16GB의 넉넉한 VRAM 덕분이었다. 글카의 연산 성능은 ‘이걸 얼마나 빠르게 돌릴 수 있나’를 결정한다면, VRAM은 ‘이걸 돌리는 것이 가능한가?’를 결정한다.
컴 맞춘 게 2022년인데 암드 이 새끼들은 윈도우 지원한다고 3년동안 입만 털면서 뭐 지원할 것 같은 낌새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라데온을 선택지에 넣지도 않았다.
2. RTX 5070 / RTX 4060 Ti 16GB
AI를 신경쓰기 시작하는 순간 VRAM이 8기가? 어림도 없다. 이러면 최소 12기가는 가야 하는데… 가격을 보자.



3. 5060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5070이 그따구로 나왔고, 위에 40 시리즈 가격 꼬라지를 보면 그냥 5060 8기가가 최소 60만원부터 시작할 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다. Ti 16기가 모델도 나온다는데 그건 오죽할까?
4. 인텔 아크 B580
그러던 중에 이 글을 봤다. 대충 인텔 글카는 암드랑은 다르게 윈도우 네이티브 지원이 되고, B580의 그림 생성 속도가 4070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라는 글이다. 현재 팔리는 최신 글카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MSRP 249달러에 가까운 30만원 후반~40만원 초반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VRAM을 12기가 단 글카가 이 가격이면 각종 ‘인텔 이슈’를 감안해도 꽤 괜찮다고 본다. 참고로 비슷한 가격의 A770은 VRAM이 16GB인데, 속도는 B580이 훨씬 빠르다고 한다.
인텔 글카는 듀얼오리에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성공했다는 후기가 조금 있기도 하고 해서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알아보았다. 일단 정보가 부족하니 Lossless Scaling 디스코드에 들어가서 정보를 더 수집해봤다. 대충 이런 결론이 나왔다.
- 인텔 A/B 시리즈 모두 듀얼오리 용도로 꽤 괜찮다.
- 하지만 PCIe가 반드시 8레인 필요하다. 버전은 따지지 않는 듯하다. 즉 3.0×8은 괜찮지만 4.0×4는 안 된다는 것. PCIe 4.0이 3.0에 비해 대역폭이 2배이므로 이론상 둘은 똑같지만, 왜 안 되는지는 인텔도 모를 것이다.
결국 메인보드만 잘 바꿔주면 써 볼 만하다고 보고 메인보드를 알아보기로 했다.
다른 글카를 쓰면 메인보드를 안 바꿔도 되지 않나?
어차피 지금 쓰는 메인보드는 두 번째 글카를 꽂으면 PCIe 3.0×4로 작동해서, 다른 글카를 꽂아도 오리가 4K 120을 생성해줄진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달아놓은 두 NVMe SSD 중 하나를 떼야만 하는 것도 문제다. 두 번째 글카나 두 번째 SSD 둘 중 하나는 비활성화되는 사양이다.
메인이 1TB(삼성), 서브가 2TB(알리에서 산 Netac)이므로 서브를 떼버리면 메인이 용량 문제를 겪으니, 메인 SSD도 새 걸 사서 바꿔야 한다. 최소 2TB로.
결국 이런 문제가 없는 메인보드를 새로 사거나, 너무 비싸다면 아무것도 안 지르고 그냥 참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메인보드 선정
위 내용을 정리하면 메인보드에는 다음 조건이 요구된다.
- 두 번째 그래픽카드 슬롯이 PCIe 3.0×8 또는 4.0×8을 지원해야 한다.
- 그래픽카드를 둘 달고 NVMe SSD도 둘 달 수 있어야 한다.
- 두 글카 사이에 최소한의 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AM5 메인보드
여럿 찾아보았지만 첫 조건에 부합하는 메인보드가 5개 남짓이고, 전부 가격이 50만원을 넘겨 단념했다. CPU와 램도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인텔 메인보드
AM5보다 더 비쌌다.
중고 X570
그럼 걍 하지 말던가, 돈 모아서 5080 사는 게 낫지 않나 싶던 찰나에 갑자기 생각나서 알아봤다. AM4 최고 티어 보드인 X570 중고가 비싸야 25만원이라 괜찮아 보였다.

대충 애즈락 X570 타이치가 모든 면에서 적당해서 그걸로 샀다. 그래픽카드를 두개 달면 대역폭을 4.0×8 2개로 사이좋게 나눠주는데, AM5 보드에는 50만원 이상 지출해도 보기 힘든 고오급 기능이다. 조립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장점은, 어차피 어디에 달아도 성능이 똑같기 때문에 위에 얇은 B580을 달고, 아래에 두꺼운 6950XT를 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위에 6950XT를 달면 B580과 간섭이 발생해 사실상 못 쓴다.
후기 & 경험한 이슈들
조립
메인보드를 바꾸는 거라서 좀 힘들었다.
포맷
드라이버 면에서 불안한 AMD와 인텔 조합이라 혹시 몰라 포맷을 했다. 이참에 쓸데없는 앱과 설정을 싹 다 치운 윈도우 11 ISO가 있길래 그걸로 깔았다.
후기
- 듀얼오리
- 몬헌 월드에서 40프레임으로 제한 걸고 x3 뻥튀기해서 쓰고 있다. 레이턴시가 그렇게 극적으로 줄어들진 않는다는 느낌.
- 원체 무거운 게임이라 30프레임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24까지 떨어져도 72까지 나와주기 때문에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AFMF나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프레임 생성에 비해 끊김 현상은 확실히 없다.
- 다른 게임에서도 게임에 맞춰 40~60프레임으로 제한할 수 있다면 프레임은 그대로 지키면서 발열과 전력 소모 억제가 기대된다. 아직 광범위하게 테스트는 안 해봤다.
- AI
- 아래 나온 이슈를 해결하니 빠르면 10초 안에도 생성된다. 다만 LoRA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15초까지 늘어난다.
- 물론 기존 6950XT는 330와트 먹고 105도 찍으면서 20초 걸렸다. B580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200와트에 85도다.
- AV1 인코딩
- 인텔의 QSV는 인텔 CPU의 내장 그래픽을 써도 성능이 매우 뛰어난 걸로 유명하다. 외장 글카인 아크에서도 그 명성은 여전한 듯하다.
- 라데온 6천번대에서 지원 안 하던 AV1로 인코딩할 수 있다길래 OBS로 게임 영상을 녹화해봤다.
- 같은 시간 기준으로 용량이 절반까지 줄어드는 마법을 볼 수 있었다.
- 다만 새로 나온 코덱이라 그런지, 광고 없던 시절의 구버전 팟플레이어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참에 VLC로 갈아탔다.
이슈
- AI 짤 생성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림
- 생성 자체는 빨리 되는데, 마지막 VAE 처리가 괴상하게 오래 걸려서 시간이 10초~30초 사이에서 널뛰기하는 문제가 있었다.
- webui-forge의 VRAM 최적화가 뭔가 찐빠가 난 것 같아, 그림 하나 만들면 VRAM을 무조건 비우도록 설정해서 해결했다.
- 명령줄에 –always-offload-from-vram을 추가하면 된다.
- 라데온 6950XT의 열이 안 빠짐
- 원래 뜨거웠는데 케이스 안에서 공간이 더 좁아져서 게임 좀 돌리니 불지옥이 열렸다. 예상은 했지만 좀 심했다.
- 이 글을 따라 언더볼팅을 해 해결했다. 105도 넘던 핫스팟 온도가 90도 근처에서 놀기 시작해 꽤 만족스럽다.
- 미래가 걱정됨
- 이거 사고 얼마 안 있어 인텔이 B 시리즈는 상급기(B7XX) 출시를 포기한다는 소식이 떴다. 인텔이 글카 사업을 접어 버리면 앞으로 드라이버 지원은…
- 안돼 가지마 C 시리즈는 내고 가~~